카테고리 없음
성격을 팝니다
도라이에몽
2020. 9. 20. 15:24
- 아마 대부분은 MBTI에 대해 들어보거나 검사를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MBTI라는 검사가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하지만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자아에 관해 꽤나 정확하고 알기 쉽게 간결하게 정리한 검사지라고 생각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검사결과에 약간 놀라면서 신기하기도 했고, 나와 가장 다르거나 비슷한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등등 계속해서 관심이 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 결과가 정말로 나라는 고유한 존재를 정확히 설명하는지, 너무 검사결과에 매몰돼서 오히려 나 자신을 정해진 틀에 가두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던 찰나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MBTI의 역사를 풀어가면서 단순히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실제로 과학적으로 허술한 부분이 굉장히 많고, 바탕이 되는 이론도 객관적이다 할 수 없지만) 어떻게 수 많은 검사 방법 가운데 가장 명성있는 존재로 남았는지, 이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을 소개하고 있다.
- MBTI의 기원을 찾아보면 이는 한 모녀의 작품이었다. 어머니 캐서린은 이미 대중들이 이러한 궁금증에 목말라함을 인지하고 있었고 또 자식들을 기르는 입장에서 각자의 심리적 성향을 어떤 일을 하는데 쏟아야 하는지를 정해줘야 한다는 자신만의 소신으로 서서히 틀을 만들어 나갔다. 그녀의 딸 이사벨은 그러한 가르침에 자라고 난 뒤 결혼을 하고 기혼녀가 사회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마침 그녀의 어머니 캐서린은 그 당시 심리학자 카를 융의 성격유형이론을 접하고 이내 심취하게 되었다. 그가 내세운 이론을 보며 그녀는 자신이 꿈꾸던 타고난 성격을 어떻게 일에 맞추는 지에 적용할 방법을 찾게 되고, 점점 광신도처럼 융의 이론에 심취해서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던 와중에 그녀만의 심리치료 도구를 만들어 사람들을 치료하는 와중에 편지로 융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융의 답장은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녀의 이론은 그녀가 전적으로 믿고 따랐던 신봉론자에게 혹평을 당했다.
- 물론 어려움이 따랐지만 융의 비판은 모녀의 신념을 꺾지 못했다. 마침 세계는 2차세계대전으로 혼란스러웠던 상황이었고 전쟁이 끝난 직후 무너졌던 산업이 다시 일어나는 시기에 고용주들이 원하는 인력을 찾기 위한 요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를 파악하고 성격검사를 통해 적절한 인력을 찾아 수익을 내는 심리컨설팅 회사가 있었다는 점은 지금의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두 모녀의 성을 따서 만듦)라 불리는 검사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검사는 어떤 사람이 더 좋다, 나쁘다를 알려주는 것이 아닌 각각의 사람은 저마다 성향이 있고 상대적으로 나은 부분이 있음을 강조한다. 기본 밑바탕은 융의 이론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융이 처음에 캐서린의 편지를 받고 비판했듯이 캐서린의 주관대로 만든 기준도 존재하고 심지어 마지막 판단기준인 J(Judgement, 판단)/P(Perception, 인식) 부분은 융이 제시하지 않은 모녀의 기준대로 만들어낸 부분이다. 이런 부분을 놓고 본다면 MBTI검사는 그다지 과학적이고 객관적이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 그런데도 불구하고 MBTI는 어째서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고 대중적인 성격검사지로 자리잡았을까? 심지어는 검사를 하고 난 뒤 다시 검사를 하면 성격유형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기이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예상하듯 E/I, S/N, T/F, J/P 처럼 양 극단에 있는 성향만 발견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대부분 중간 부근에 몰려든 마치 정규분포처럼 나타났다. 애초에 사람의 성향을 칼로 무 자르듯 나누는 것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한다. 나의 경우에도 MBTI를 가끔씩 즐겨 하지만 정확히 어떤 성향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아주 근소한 차이로 나뉘어진 점을 보아 이 검사는 어디까지나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에 맞게 결과를 보여주려는 점이 작용했다고 본다. 더 파고들면 인종간에 나타나는 성향차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도 있다. 자칫하다가는 특정 인종에게 잘못된 성향을 낙인찍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시기와 운이 맞아서 잊혀질 뻔한 위기를 넘기고 딸 이사벨이 죽기 직전에 한 출판사를 만나 성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검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정말로 모순점만 존재하고 그저 우연히 운을 타고나서 인기몰이를 한 유행으로 봐야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나는 좋은 점은 현명하게 뽑아서 우리 삶에 적용한다면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고 본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맞는 지를 모르고 방황하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향을 구분지어 줌으로써 새로운 삶을 맞이한 사람들도 많다. 무엇이든지 간에 어떤 것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MBTI는 그러한 점에서 충분히 제 몫을 해준다고 믿는다. 실제로 지금까지도 여러 논란이 오가는 중이고 이사벨과 캐서린이 의도했던 목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말도 있다. 사람들에게 충분한 흥미거리와 재미를 준다면 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나에 대해 몰랐던 부분에 확신을 안겨다 준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