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원리
1. 한국에는 "갑질"이라는 용어가 있다. 힘을 지닌 사람이 이를 마치 무기처럼 남들에게 쥐락펴락 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이다. 이 말이 좋은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는 듯 하고, 현재도 누군가가 부당하게 힘을 이용한다고 할 때 갑질한다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뉘앙스를 떼어 놓고 보면 모든 인간관계에서 누구나 갑을관계(표현이 그렇다는 뜻)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철수는 영희가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원하는데, 철수가 보상하는 대가가 영희에게는 별로 크지 않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영희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밖에 없다. 어디에나 이런 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면 이를 소위 말하는 갑질하는 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 도움만 되는 것을 넘어서 여러 방면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2. 개인적으로 최근에 크게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아무리 머릿속으로는 타인의 입장에 직접 서보지 않고 타인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두고 있어도, 내가 어떤 상황과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직장에서 상사가 나에게 지적을 할 때는 그 상사가 아무리 내 입장을 헤아린다 쳐도 내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분명히 있다. 어떤 점에서 지적을 하는지도 알고 상황을 충분히 머릿속으로 인식해도 막상 학생과의 과외 수업을 위해 가르치는 입장에 서는 순간, 내가 직장에서 겪은 상사의 언행이나 말투가 비슷하게 나온다. 그래도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 끊임없이 되돌아보며 지키자고 다짐을 해도 가끔은 그런 내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본업 이외에 부업을 하느라 내 몸이 바쁘긴 하지만 이러한 경험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줬다. 실제 사람이 권력을 쥐게 되고 그것이 유지되기 시작하면, 공감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분의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말로 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이를 좀 더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바꾸려면 직접 그 사람들의 입장에 서는 것이 필요함을 느낀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 직장에서 직원들이 겪는 고충해결을 위한 많은 사례를 보며 공감을 느꼈다.
3.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들은 말 중 "실력보다 예의가 먼저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실력이 우선시 되어야 일이 잘 돌아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 조직 내 구성원과의 화합을 고려한다면 겸손해져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사람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오만해지기 쉽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얻은 힘이 마치 오로지 자기 자신이 열심히 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권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세가 뒤바뀌는 경우가 생긴다. 그 때가 되면 사람들은 겸손한 태도를 유지한 사람에게는 관대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결국 외면받는다. 실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이는 의사, 엔지니어 같은 직종에서도 결국은 겸손함이 실력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건데, 힘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언제든지 입장이 바뀔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4. 권력이란 시대에 따라 뒤집힐 수 있음을 염두해야 한다. 과거에는 상업은 천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화폐의 개념이 정립되며 국가 간의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현대에는 그 위상이 완전히 뒤바꼈다. 더더욱 요즘같이 흐름이 빠르게 뒤바끼는 시대에는 더 이상 자신이 가진 힘이나 이점이 영원할 것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바뀌어버리고, 가상세계에 대한 기술이 뜨거운 이슈로 올라올 지 누가 알았을까?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나 자신을 겸손한 자세로 내려놓으면서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갖출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우리는 인류역사 대부분이 불평등한 구조로 이뤄진 사회에서 불과 100년도 안되는 시기에 민주주의라는 체제를 구축하고 힘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시대에 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