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도 괜찮아
1. 우리는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면보다는 내심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듯하다. 어느정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이미 가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결혼할 상대를 찾지 못해서 혼자 사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의외로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로 혼자사는 삶이 좋아서 자발적 독신인 경우도 있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본인들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분위기로 봤을 때는 이미 정답이 정해진 듯 하다. 이 책은 왜 혼자 사는 것이 점점 일반화 되어가고 개인들이 그에 따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하는지를 심층적인 통계조사를 통해 일깨워주는 책이라고 보면 좋다. 무조건적으로 “독신이 옳다”라는 말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점을 얻어가면 이 책의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2. 독신이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되는 주된 이유는 일단 과거부터 가족과 공동체가 해오던 역할을 산업화 이후로 거대해진 국가가 대체하면서 생긴 흐름이라고 보면 된다. 심지어는 국가나 문화에 상관없이 전 세계적으로 혼인률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독신에 대한 큰 오해는 결혼을 하면 무조건 외롭지 않고 평생 홀로 살 걱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아갈 준비를 해야한다. 왜냐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배우자와 이혼, 별거, 사별 등을 통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객관적인 설명을 위해 저자는 전세계에 있는 사례를 통해 조사한 결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쪽이 조금이나마 더 독신보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이 것이 무조건 결혼이 좋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삶의 만족감과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그것을 계속 유지하는 걸 고려한다면 직접적인 비교가 정확하진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결혼생활을 끝까지 유지하지는 않는다. 독신의 장점 중 하나는 일찍부터 혼자 사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가족 이외의 사회 연결망이 기혼자들보다 잘 갖춰져 있다. 예기치 않게 이혼을 하거나 사별을 통해 독신이 된 사람들은 행복지수가 다른 집단보다 훨씬 낮을 걸로 봤을 때 무조건 결혼생활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자 산다는 것은 현재 사회에서는 뭔가 하자가 있거나 패배자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그에 따른 차별도 직접적이진 않지만 존재한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소수자 집단을 위한 목소리를 통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인지한다. 독신주의자들도 그들 중 하나이며, 부당한 부분이 있다면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서 그들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바로 마음가짐이다. 왜 독신으로 사는지 자신만의 뚜렷한 믿음이나 확신이 있다면 정신 건강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리고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지한 사람은 핑계거리를 찾지 않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찾는다. 책에서 소개하는 예로는 독신을 위한 우호적인 환경에서 사는 법이다. 이미 독신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므로 자연스럽게 독신주의를 원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충분히 많다. 그런 환경에서는 더 이상 결혼만이 해답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으므로 사회적 압박을 덜 받게 된다.
4. 이 밖에도 독신이 가지는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면 삶의 초점이 오로지 “가족”에게만 맞춰지지만, 현대사회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 권리가 보장된다. 만약에 직업을 통해 얻는 만족도가 더 큰 사람들에게는 가정을 꾸리서 얻는 행복감을 희생하고 일을 통해 얻는 성취감이 더 의미있을 수도 있다. 한 가지 이 책에서 아쉬운 것은 자식에 갖는 것에 대한 얘기가 아예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독신과 자식을 갖는 것은 크게 연관이 없을 수도 있다. 한국처럼 무조건 결혼을 먼저 한 다음에 자식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관점에서 내용을 풀어간다면 자식의 유무가 이 책의 주제와 다소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독신의 종류에도 결혼생활을 했던 사람과 아닌 사람이 나뉘듯이 그에 대한 내용을 더 다뤘으면 어땠을까 한다.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독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결혼이라는 제도가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의 삶에 보탬이 되었으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