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념

1.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 나의 경우, 꼭 먹고 살기 위함이 아닐지라도 어떤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삶을 원했다. 막연히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가치있어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삶을 돌이켜보면 아직 그러한 삶에 발도 제대로 담그지 못한 것 같다. 분명히 어느 한 분야에 몸 담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웬지 모를 걱정과 불안감이 자꾸 나로 하여금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게 하는 것 같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정확히 나와 같은 현대인들을 위한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비록,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무한 탐색 모드”의 삶을 추구하지 않았지만, 왜 갈수록 사람들이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전념을 하며 잃게 되는 것 외에도 얻게 되는 장점을 설명하며 전념하기의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다.
2. 과거와 달리 어느 한 가지에 몰두하기 어려운 이유는 아무래도 선택지가 많아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도 소개하고, 대부분이 경험해봤을 법한 넷플릭스 선택장애가 이를 방증한다. 이 것도 좋아보이고, 저 것도 재밌어보이니 어느 하나도 고르지 못하고 계속해서 탐색만 하다가 고르지 못하고 자 버리는 현상이다. 이는 직업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비교를 하자면, 옛날에는 오히려 이러한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었기에 더더욱 주어진 어느 한 분야에 몰두할 수 밖에 없었고, 자의든 타의든 전문가가 더 쉽게 되는 구조였다. 물론 지금처럼 직업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점도 분명한 장점이 있다. 사람마다 성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잘 맞는 직업을 선택해서 몰두하는 것이 아마 가장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반대로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수십개의 같은 잼을 놓고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선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많은 경험을 하고 여러 직업을 해보며 느꼈지만, 일단 선택하고 달려가면 그 전에 걱정했던 부분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음을 알게 된다. 전념을 위해서는 과감히 아니다 싶은 것을 포기하고, 걱정을 좀 더 내려놓고 그저 몰두하는 것이 전부인 듯 싶다.
3.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어느 하나에 헌신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으면서, 어느 하나에 전념한 사람들을 존경한다. 더욱이나 즐길 거리가 많고 자유가 넘쳐나는 세상에 이러한 삶은 매우 따분하고 희생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삶에 큰 도움을 주고 영향을 주는 분들은 대게 어느 한 분야에 헌신한 전문가들이다. 소방관, 법조인, 특수 업종의 전문가 등등 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의 삶을 헌신하며 누군가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간혹 이러한 직업과는 별개로 돈을 많이 벌면 그만이지 않냐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돈이 중요하다는 점을 앎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과정 없이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에게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존경심을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의 마음 속을 자세히 들춰보면, 나 역시도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지루하지만 부지런히 묵묵히 자신이 하는 분야의 일을 걸어나가는 수 밖에 없다. 무엇을 향해 전념해야 하는지를 정했다면 일단 달려나가는 것도 좋아보인다.
4. 마지막으로 한 때 유행한 “YOLO”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싶다. 나 역시도 이 말을 듣고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을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라는 뜻이지만, 이 말의 어원은 전혀 다른 의미었다고 한다. 한 번 하고 말 것이면 그냥 깊이 파고들자는 뜻으로 시작된 말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삶이 힘들어지니 이를 회피하자는 식의 메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깊이 없이 사는 삶이 싫어서 YOLO와 같은 삶을 사는 것은 포기했지만, 무언가에 몰두해 깊이 우물을 파는 것도 삶에 커다란 목적의식을 줄 수 있고,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인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고, 나 역시도 마음을 다잡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신의 삶에 전념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