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5만년의 역사
카테고리 없음 / 2020. 7. 23. 20:42
- 인류는 길다면 길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긴 세월속에서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써내려가며 살아왔다. 다른 생물과 다르게 오직 인간만이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신에게 선택받은 존재라는 믿음도 생겼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인종에 따라 혹은 종교나 수 많은 기준을 기반으로 나는 너와는 다르고 특별한 존재라는 식의 사고방식을 지닌 개인과 집단이 생긴다. 심지어는 피부색에 기반한 특정 인종우월주의같은 집단이 나타나는 것도 예외는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본다면 거의 모든 것은 주변환경이 어떻게 다른가에 따라, 그리고 순간의 우연에 의해 이렇게나 다양한 방향으로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종 간의 차이도 환경과 순간의 우연에 의해 우위를 점한 민족이 있을 뿐, 그 누구도 처음부터 우월함이나 열등함이 정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 흔히 인류는 큰 강을 끼고 있는 곳을 시작으로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다. 나일강, 티그리스강/유프라테스강, 인더스강, 황하강을 기점으로 각기 고유의 양상을 보였다고 전해져 온다. 모두가 같은 인류의 조상으로부터 시작해서 흩어졌을 뿐이지만, 그들이 접한 4개의 강은 미묘하게 지리적 차이가 발생했고, 그로부터 서로 다른 관습과 전통을 지닌 고유의 별자리(세계사)를 만들어갔다. 나일강을 예로 들자면, 쉽게 범람하는 강이었다. 1년 중 일정 기간에는 물이 범람하지 않도록 일을 해야 하지만 그 기간을 제외하면 할 일이 별로 없었다. 가끔씩 예상치 못한 양의 물이 범람하는 일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초조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떠받드는 신 파라오는 그럴 때마다 자신의 신앙심을 굳히고, 사람들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거대한 무덤을 만들도록 지시했고, 그 결과가 바로 피라미드이다. 황하강은 다른 강들과는 다르게 건조한 지대이고 높 산맥에서 내려오는 강이었다. 그래서 토양을 평평하게 깎아서 그 주변부에서만 옹기종기 모여 사는 농민 공동체를 이뤘고, 작은 공동체 안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권한을 가지게 되는 식의 문화가 생겨났다.
- 로마 제국이 세워진 기점을 전후로 역사는 계속해서 각각의 세계관이 고유의 서사를 지닌 채 다른 세계관과 오묘하게 맞물리고, 기묘한 우연에 의해 이어졌다. 흔히 흉노족이라 알려진 중국을 침략한 유목민족이 있다. 당시 중국의 한나라는 그들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북쪽을 크게 가로지르는 만리장성을 세웠다. 그 결과는 예상치 못하게 기마민족인 흉노족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서유럽까지 침공하게 만들었고 유럽에 자리잡고 있었던 게르만족의 대이동을 초래했다. 유럽 외에도 아프리카에도 지리적 요건에 의해 큰 변화가 생겼다. 북아프리카 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기존의 기독교 세력은 아라비아 문화권의 상인들에 의해 서서히 주도권이 넘어갔다. 그들은 사하라 사막 이남에 있던 부족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들에게는 사막에서 구하기 힘든 귀한 물건, 소금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것을 가지고 사하라 사막 남쪽의 초원지대에 사는 부족들과 중개상으로 서로 큰 이득을 봤다. 그로 인해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가나, 말리 같은 나라가 등장하고, 새로운 제국이 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 아메리카 대륙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그들의 문명이 왜 그토록 쉽게 서방세계의 군대에 정복당했는지는 기묘한 우연이 겹쳐서라고 볼 수 있다. 일단 지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과는 다르게 세로로 긴 형태이기 때문에 농업발전이 이뤄지기 힘든 지형이었다. 농업을 시작으로 인류가 정착을 하게 되면서 문명을 이룬 것을 볼 때, 유라시아 대륙에 비해 문명의 발전속도가 늦어지다 보니 결과적으로 서양의 세력이 배를 타고 아메리카를 먼저 방문하게 된 것이다. 결정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그들은 상대적으로 기후적 다양성이 적은 탓에 가축으로 기를 만한 동물이 적었다. 이미 유라시아 대륙의 인류는 동물로부터 옮는 여러 질병에 면역이 돼있는 상태인 반면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스페인 사람들이 갖고 온 균에 대한 면역이 전혀 없었다. 지리적 요건과 순간의 우연의 연속으로 아메리카는 정복자들에 의해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다.
- 현대사회는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뤄왔다. 전기의 발견은 아무리 먼 거리라도 순식간에 신호를 전달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꿨고,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장치가 전화기이다. 통신의 혁명은 사회의 틀을 바꿔버렸다. 이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도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통신 인프라를 구축한 사업가들은 새로운 소식을 어떻게 하면 더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와중에 그 수요는 ‘기자’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었다. 점점 농업을 기반으로 한 일거리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는 곧 어떤 개인이든 자신의 기능을 상품화할 수 있는 세상을 의미했다. 이러한 흐름은 씨족이나 대가족이라는 개념을 흐리게 만들었고 점점 사람들이 개인화되가는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 우리는 과거를 통해서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았다. 앞으로의 중요한 쟁점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환경’이 가장 큰 문제일 듯 하다. 급격한 산업의 발전은 인류문명을 풍요롭게 했지만, 무분별하게 자연을 이용하면서 지구의 기후를 점점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모두가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무분별한 소비를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줄인다면 분명히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수 없다. 바로 우리 모두가 각각의 세계에서 쓰여진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와 의견의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대화하고 고립된 신념을 쌓으며 공동체를 이룬다. 우리의 세상에서는 이런 방식이 예의이며 심지어는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부분이 다른 세상에서는 전혀 아닐 수도 있다. 이런 견해를 좁히려면 무조건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그 것만이 우리와 다른 세상을 그나마 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