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제목만 놓고 보면 도대체 무슨 뜻인가 싶을 듯하다. 후츠파란 ‘무례하고 공격적이거나 또는 담대하고 용감한 사람이나 행동’을 뜻하는 히브리어라고 한다. 후츠파 정신이야말로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그 대로 보여주는 단어임을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가치관이 항상 모든 영역에 좋은 영향만을 끼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역사와 시대배경을 통해 그들의 조건에 맞게 형성되었음을 감안하고 특히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를 따져봤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에는 제33일절이라는 문화가 존재하는데 이는 이스라엘 내에서도 일부 논란이 일고 있는 문화다. 어린아이들에게 아무런 어른의 도움 없이 아이들끼리 모여서 모닥불을 피워서 끼니와 숙식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주도적으로 부딪혀보는 훈련을 미리 하는 셈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길러진 이러한 삶의 태도는 이 정도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포기를 모르게 만든다.
- 사실 책을 읽기 전에 어렴풋이 이스라엘 사람과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었다. 아마도 한국으로 여행을 온 젊은 커플이였던 것 같다. 그 때 당시에 뉴스로 전해듣기로는 이스라엘에서 내전이 있어서 많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던 걸로 알고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얘기를 꺼냈더니 온통 알아들을 수 없는 주제로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보고 말을 잘못 꺼냈다 싶었다. 그래도 그 중에 한 가지 알아들을 수 있는 충격적인 말 중 하나는 마을에 몇 분마다 미사일이 하나씩 날라온다는 말을 기억했다. 꽤 놀랍기도 했고 약간 과장 섞인 말일거라 싶었는데 책에 정확히 똑같은 말이 나온 걸 보고 이스라엘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불안정한지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이런 환경이 삶을 얼마나 어지럽고 혼란스럽게 만들까 싶기도 하면서 그 들이 왜 불확실한 면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게 되었는지 알 듯 하다. 그리고 책을 더 읽어나가면서 그들이 왜 그 나이에 한국을 여행왔는지도 대충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 젊은 커플이 왜 한국에 여행왔는지도 책의 뒷부분을 읽으면서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 우연의 연속으로, 내가 경험했던 사건들이 똑같이 책에 소개되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어린 나이부터 이미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도록 교육받음을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TED 강연 중에 “Extreme Ownership”이라는 한 군인의 경험담이 문득 떠올랐다. 요약하자면 책임감이 크면 클 수록 답이 없어보이는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이었다. 이스라엘의 어린 아이들은 이를 성장하면서 몸소 깨닫게 되는데 크렘보 윙즈라는 청소년 운동단체가 소개된다. 이 단체에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장애아동을 위한 행사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맞춘다. 우리들은 결국 성장하면서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서 책임이라는 말의 의미를 배운다. 어차피 먼저 맞을 매라면 일찍 맞고 먼저 적응한 사람이 자주적으로 되는 것은 당연한 듯 싶다. 어린 나이에 책임을 쥐어줌으로써 그에 대한 권리가 무엇인지 깨닫고 좀 더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환경은 왜 그렇게 이스라엘에 스타트업이 많은 지를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다.
- 이스라엘의 상황때문에 불가피하게 이스라엘의 청소년들은 만 17세가 넘어가면서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전 국민이 이와 같은 경험을 통해 이스라엘만의 독특한 문화, 학연이나 다른 지연에 연연하지 않고 인재를 채용하는 시스템, 더 나아가 회사같은 조직문화가 왜 수평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특수 보직에 입대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은 선발 과정에서부터 특별한 스펙이나 능력을 요구받지 않는다. 다만 그 보직에서 일을 하며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지 자질을 평가한다. 이는 장교를 뽑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조건 이러한 제도가 낫다고 볼 순 없겠지만 이는 이스라엘의 조직문화가 유동적이고 수평적으로 운영되는 이유이다.
- 마지막으로 내가 만났던 이스라엘 친구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이스라엘의 젊은 청년들은 특히 군 복무가 끝나는 시점에 장기간 해외여행을 가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아마 내가 만난 그 친구들이 그런 흔한 케이스가 아니었나 싶다. 그 친구들은 게스트하우스 일정에 맞춰 모이는 술자리에 모두 참석하지 않고 자기들 주관대로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본인들이 하고 싶은 대로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너무 자기들 멋대로 돌아다니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아마도 전형적인 이스라엘 사람들의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들의 원하는 방식을 내세우는 습관이 몸에 베인 친구들이 아니었나 싶다. 한국인들도 상황에 맞게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를 수용한다면 더할나위 없는 이스라엘 못지 않은 더 나은 혁신적인 국가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