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나에게 있어 유머란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다. 재밌고 웃긴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좋아하나 뭔가 너무 유머에 치우치다 보면 더 중요한 것을 놓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모르지만 특히 친한 친구들과 모이게 되면 서로 유머욕심을 내버리는 바람에 더 중요한 것을 놓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유머는 사람들 사이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지만 언제나 유머 자체가 주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항상 어느 선 까지가 적정선이고 상황에 맞는 유머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던 찰나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당신의 유머감각을 높여준다고는 보장할 수 없지만 적어도 대화하는 도중에 적어도 똥볼(?)을 차느라 상황을 악화시킬 확률은 낮출 수 있다고 본다. 매번 유머가 웃기거나 성공할 순 없어도 최악만이라도 피하면 절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 예전의 어렸을 적 나를 떠올린다면, 철없던 마음에 그저 어떻게 하면 재밌어 보일까 하는 생각에 무리수를 많이 던졌다. 유머가 먹힐 때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가 더 많았고, 때로는 오히려 말을 안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많이 일어났다. 그런 경험을 통해 지금은 나만의 노하우를 알아냈고, 실제로 책에서도 같은 말을 언급한다.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조사에서 유머는 항상 모두를 웃기게 하는 것 보다는 큰 웃음을 주지 못하더라도 적절한 상황에 쓰였느냐가 더 구직자를 긍정적으로 보이게 한다고 보고된다. 그리고 자신이 유머감각이 없다고 한탄할 필요도 없다. 유머감각은 마치 운동을 하면서 근육이 단련되는 것처럼 길러진다고 한다. 나도 그런 점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적절한 유머감각을 위해 노력했던 경험으로 보건데,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3. 우리가 말하는 유머는 어떤 점 때문에 재밌다고 느끼는가? 유머의 핵심은 바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정말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사람들만이 우리를 웃기는 듯 하지만 얼핏 파헤쳐 보면 그들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을 잘 끄집어내는 것에 능한 것이다. 여담으로 누군가를 웃기는 유형의 사람은 여러가지겠지만 정말로 웃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코미디언들은 대게 철저한 준비를 통해 어떤 것이 재밌는지 아닌지를 철저히 메모하고 난 뒤 그중에서도 타율이 높은 것만을 뽑아내서 선보이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무엇보다도 유머는 사실에 바탕을 둔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리고 무언가가 웃기게 들린다는 것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왜 내가 그렇게 느끼고 말했는지를 듣는 사람이 바로 공감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시도한 개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다시 설명을 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유머가 아니다. 마치 이 글처럼 유머를 분석해서 왜 웃긴지를 알아내는 것은 전혀 재미없게 보이듯 말이다.
4. 개인적인 경험에 덧대어 유머에 대해 좀 더 말해보자면, 세상에는 모든 사람을 웃길 수 있는 유머는 없다고 본다. 특정한 집단이나 문화, 사소한 뉘앙스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재밌게 느껴지겠지만 아닌 사람도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만약 내가 던진 유머가 별 반응이 없다면, 무엇이 원인이었는지를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직장에서 예를 들자면 한국에서 흔히 재미없지만 억지로 웃어줘야 하는 유머를 '부장님 개그'라고 한다. 왜 그러한 별명이 붙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직장에서의 상사들은 그들의 개그를 피드백 받을 일이 전혀 없다. 직장이라는 특수한 조건에서의 직급 차이는 이러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없게 한다. 만약 내가 상사의 입장으로 부하 직원을 깎아 내리는 식의 농담을 한다면 서로 동등한 지위가 아닌 이상 부하 직원은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지위 차이를 인식한다면 직급이 높은 사람이 자기 비하 농담을 하는 것이 웃음을 자아낼 수도 있다. 이처럼 각각의 상황에 맞는 농담이 무엇인지를 되돌아 보고, 그에 걸맞는 농담을 찾아낸다면 한 층 더 모두에게 즐거운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