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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4.04 볼륨을 낮춰라


1. 사람은 자신이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한 바를 언어를 통해 전달하기를 좋아한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므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나도 그렇지만 특히 많은 사람들은 소리를 아예 못듣는다는 경험이 어떨지 별로 생각을 안해봤을 수 있다. 청각장애인에 대해 한가지 놀란 점은 원래는 말을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못 듣기 때문에 서서히 자신의 목소리를 잊고 결국 말조차 하지 못한다고 한다. 난청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보청기 등을 통해 청력을 회복하고 나서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소리가 있는지를 깨닫는다 한다. 이렇게나 우리 삶에 중요한 감각인 청력을 때로는 소중한지 모르고 너무 방치하는 경우가 생긴다. 가령, 스피커소리를 너무 크게 듣는다던지, 귀마개를 착용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일하는 등 말이다. 청각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점을 하나 하나 파헤쳐보면 소음으로부터 귀를 얼마나 보호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2. 우리의 청력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섬세하게 작동한다. 특히나 양쪽 귀를 가짐으로써 정말로 미세한 차이를 읽어낼 수 있다. 들려오는 소리가 어디서부터 나오는지를 정밀한 귀의 센서덕분에 우리는 알 수 있다. 실제로 이어폰 양쪽에서 나오는 아주 아주 작은 미세한 싱크 차이를 우리 귀는 민감하게 알아챌 수 있고, 이는 기계로 정밀측정했을 경우 대략 0.0004초 정도의 오차를 감지한다고 한다. 내가 직접 경험했던 일화로는 같이 일하던 사람 중에 (아마도 거의)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분이 계셨다. 본인은 이어폰을 끼고 무언가를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고 전화를 받을 때 부자연스럽게 자꾸 한 쪽 귀에만 전화기를 대고 받는 모습을 봤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싶었지만 같이 대화를 하다 보면 자꾸 내가 하는 말을 무시하는 건지 못듣는 건지 자주 내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성격이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 분이 혹시 귀가 잘 안들리냐는 말을 계속해서 전해듣게 되었다. 그 분이 한 쪽 귀가 좋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고 생각해보니 얼마나 수 많은 불편함과 편견과 함께 살았을지가 조금이나마 공감됐던 사례였다.
3. 불행히도 이렇게나 소중한 청력을 우리 세대는 지나치게 혹사하고 방치하는 환경에 놓여있다. 산업혁명의 발달로 자연에 존재하지 않았던 지나치게 큰 기계소음과 총소리, 이어폰 등등 수 많은 첨단문물은 우리의 청력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실제로 세계대전 당시 수 많은 군인들이 종전 후 청력에 영구적인 장애가 생겼다는 점, 대장장이들이 청력을 보호하지 않은 채 수십년간 일한 결과 돌이킬 수 없는 청력장애가 생겼다는 점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마치 나빠진 시력을 교정하기 위해 안경을 쓰듯 보청기를 쓰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에는 실제 사례들이 그닥 완벽한 해결책이 아님을 보여준다. 일단 청력을 담당하는 세포들은 다른 기관과 다르게 스스로 재생하지 못한다. 그리고 보청기를 끼는 것이 안경을 쓰고 완벽한 교정이 되듯이 썩 만족스러운 성능향상을 주지 못한다. 심지어 청각과 관련된 신경을 외과적인 시술로 교정한다는 것도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눈이 나빠지는 것과는 맥락이 크게 다르다. 청력보호에 신경을 많이 써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그렇다면 아예 들리지 않는 게 아닌 잘 들리지 않을 때, 즉 청력이 정상적인 대화를 하기에 썩 좋지는 않을 때 생기는 부차적인 문제가 있다. 사실 사람은 온전히 말의 단어 하나하나를 정확히 인지하고 대화하는 것 같지만 의외로 다른 감각(눈치 또는 맥락, 자주쓰이는 관용구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말을 알아듣는다. 청력이 약하게 되면 말을 알아듣는데 다른 감각을 더 사용하게 되고 사람을 지치게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청력이 약하고 이런 과정으로 듣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사람을 피로하게 만들며, 전반적인 삶의 만족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청력은 특히 강하지 않은 지속적인 소음에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니 이러한 점을 미리 알고 주의하면 좋을 듯하다.
5. 우리는 주로 앞을 못보는 것은 굉장히 굉장히 안타깝고 안 좋은 것으로 여기지만, 상대적으로 듣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못보는 것보다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시력이 나빠지는 것과 청력이 나빠지는 경우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고유의 어려움을 가져다주며, 특히 청력은 회복이 안되는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점 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청각소음과 시각소음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자면 우리가 보기 싫은 것은 그냥 눈을 감고 보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소음은 우리가 듣고 싶지 않다고 귀를 틀어막고 살 수 없는 법이다. 또한 소음의 기준은 단순히 높은 데시벨의 소리가 아니라는 점, 미묘하게 거슬리는 작은 소리도 사람에 따라 소음으로 여겨질 수 있으므로 층간 소음 문제가 붉어지는 이유가 되는 듯 하다. 소리에 관해 이러한 몰랐던 사실을 인지한다면, 한 층 더 우리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Posted by 도라이에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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