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렸을 때부터 이공계 공부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 전공 역시 이공계를 바탕으로 했던 나에게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어떤 고정관념이 있었다. 예술과 철저한 논리를 기반으로 한 과학은 근본이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기껏해야 예술활동이라 해봤자 음악에 관심이 있는 것 말고는 미술은 원체 관심도 적었고 잘 하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과학사를 알아가면서 가끔씩 우리가 알던 유명한 과학자들 중에는 전혀 연관성이 없고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영감을 얻어 풀리지 않던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를 종종 보았다. 그렇게 나타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본업 이외의 연관성이 없는 다른 취미활동을 통해 나타나는 것을 알았고, 그 연결점 역할을 하는 것이 예술활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책에 나타나는 수 많은 사례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업적들이 알고 보면 예술과 같은 창작활동, 즉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영감을 얻은 사례가 많다. 우리의 삶에 취미활동과 다양한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2. 개인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례를 들자면 벤젠(C6H6, 탄소 6개와 수소 6개로 이뤄진 분자 구조)이 있다. 화학적으로 탄소 6개와 수소 6개가 안정한 구조를 이루는 것이 기존의 이론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이 분자구조를 설명하는 것이 큰 난제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케쿨레라는 사람이 이 문제를 두고 고민하던 중 잠에 들었고, 꿈 속에서 뱀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 실제 분자구조를 알아냈다는 일화도 이러한 맥락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분야에서도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는 수 많은 분야에서 나타난다. 사진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식물을 관찰하고 그 모양을 저장하는 과정이 오로지 인간이 상상력을 가미하여 그림으로 남겨서 설명하는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사실상 식물학을 넘어 관찰을 토대로 설명하는 모든 학문이 사실상 뚜렷한 경계가 없이 연구되는 분야들이었고, 지금과 같이 반드시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개념은 굉장히 늦게서야 형성된 관념임을 알 수 있다.
3.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상상력과 별개의 내용으로 왜 인간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이 우리를 돋보이고 혁신적으로 만드는가를 설명하고 싶다. 몇 년 전부터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드는 인공지능이라던지 기계학습이 아무리 뛰어나고 더 발전해도 인간의 영역을 넘을 수 없다고 보는 영역이 있는데, 서로 다른 두 영역을 통해 접점을 만드는 유추(analogy)라고 한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학습이라 함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토대로 패턴을 인식하고 철저히 그것에 기반하여 예측을 하는 과정을 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인데, 인간이 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기에 이런 영역에서는 인간을 능가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영역을 비교하여 그 안에서의 접점을 연결하는 능력은 인간 고유의 능력임이 분명하다. 이런 이유들만으로도 잠시 본업을 내려놓고 다양한 취미나 여가활동이 단순히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아닌, 본업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쩌면 어렸을 적 호기심 많고 엉뚱한 상상을 하며 재밌는 꿈을 꾸는 모습이 지극히 인간의 자연스러운 면임을 깨달으며 이러한 내용을 알고서 예술활동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단순해 보이는 우리의 삶에 새로운 신선한 관점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