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1.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나에게 해주던 말이 있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을 유독 나에게 많이 했던 이유는, 내가 그만큼 혼자서 시간을 보내기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아무리 어떤 사람의 성향이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우리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지낸다. 여기까지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적인 관점을 넘어 과학적인 관점으로 넘어간다면, 우리 몸을 이루는 구성세포도 순전히 고유한 나라는 존재라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심지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나 의식도 몸 안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 밝혀지면서, 온전한 나 자신을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일깨워준다.
2. 최근 불어닥친 코로나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지구의 생명체는 서로 공생 또는 기생과 같은 관계로 엮여있음을 느꼈다. 바이러스 자체가 어떤 이유에서 이러한 번식방식으로 진화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종의 기생과 같은 방식으로 숙주를 이용하여 자신을 복제한다. 이 외에도 어떤 기생충은 벌레 안에 들어가 숙주의 행동을 조작하여 자살을 유도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우리에게 가까운 예로는 평소에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장내 미생물 환경을 바꿀 수 있고, 이것이 우리의 감정상태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자아라는 것도 사실상 내 의지대로, 내 뜻대로 조절 가능하고 극복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은 꽤나 흥미로우면서도, 놀랍기도 하다.
3. 수학을 가르쳤던 나의 경험 중, 학생들 입에서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질문 중 하나가 있다. 어려운 개념이 나올 때마다 도대체 누가 수학이라는 학문을 만들었냐는 질문이 항상 나온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군가 한 명이 이러한 학문을 정립한 것은 분명히 아니다. 수학 뿐만이 아닌 모든 기술과 지식은 수 많은 세월을 거쳐가며, 인류가 서서히 쌓아온 것임을 금새 알 수 있다.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고, 쉬워 보이는 연필 한자루도 만들어진 역사를 알게 되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불과 몇백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단순한 필기구가 없어서 깃털에 잉크를 묻혀 불편한 방식으로 쓰던 시절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연필심의 흑연도 어떤 종류의 흑연을 쓰느냐에 따라 연필로 사용이 되는지 안되는지가 결정되는 등 이는 절대로 개인 한 사람이 고안해낼 수 없는 기술이다.
4. 이렇듯 앞서 말한 인류의 연결성, 나아가 생명체의 연결성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는 개인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 인한 선택의 결과로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유전적인 요소나 환경의 영향이 거의 절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우리 개개인은 독립적이라는 허상에 갇힌 채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개인주의는 실제로 인간관계를 넘어서, 자연의 중요성을 덜 느끼게 하고, 더 나아가 미래 세대를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우리라는 인류는 공동체라는 범주를 벗어나서 행동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개인의 시각을 벗어나 인간의 눈으로 관측되지 않는 미세한 영역(미생물 등)에서 더 나아가 거시적인 관점에서도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