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1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다. 정보의 홍수라는 표현도 대략 20년 전부터 들어왔던 것 같은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홍수를 넘어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에서 쏟아지는 사실여부가 불명확한 보도들, 그럴싸해 보이는 연구 결과로 포장된 허위 정보 등 진실을 파악하려면 근거 없는 헛소리를 지어내는데 든 노력의 몇 배가 필요하다. 나 역시도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하는 중 누군가가 헛소리라고 판단되는 말을 했을 때 그 말의 진위여부를 따지고 드는 것 자체가 굉장히 피곤해 진다는 것을 최근 몸소 깨달았다. 성격상 그런 부분을 넘어가지 않으려 하다보니 반박하는 과정에서 드는 정신적 에너지도 물론이고, 옳은 말로 반박을 해봤자 말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결국 상대방은 듣지 않는 이래나 저래나 역효과를 일으켰다. 반대로도 무심코 지나쳐간 수 많은 헛소리에 속아 넘어갔지만 진실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넘어간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번 책을 통해 우리 곳곳에 숨어있는 헛소리를 더 잘 파헤치고 진실과 거짓을 더 잘 가려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듯 하다.
- 인터넷에는 수 많은 자극적인 낚시성 뉴스들이 많다.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제목으로 먼저 이목을 끈 다음에 제목과는 별 상관없는 내용으로 이어진다거나,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모호한 의문문이나 가정으로 문구를 시작해서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 등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당하고 있는 수법이다. 어찌 보면 이들이 사악하고 선천적으로 도덕심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판단하는 것 보다는 뉴스가 가진 속성과 배경의 변화에 주목을 하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뉴스라는 것 자체가 소식을 팔아 돈을 버는 비즈니스로 시작했고, 인터넷이라는 혁신적인 기술과 함께 더더욱 많은 언론사와 뉴스가 생겨났다. 그 결과, 어떻게든 헤드라인에서 먼저 이목을 끌어내서 클릭을 하게끔 만들어야 광고비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휘둘리는 것이다. 온라인 뉴스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통해 돈을 버는지를 알고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지를 파악한다면, 좀 더 현명하게 이러한 속임수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 흔히 인간은 어떤 현상을 두고 A가 B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다. 무엇이 이 현상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가정을 한 다음에 그에 해당하는 결과가 보이면 그것을 사실인 듯 믿기 시작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A가 B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그냥 처음부터 아무 연관이 없는 두 값을 우연히 비교했더니 마치 상관관계가 있는 마냥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뇌가 모든 현상에 이유를 찾고 불확실성을 없애려는 인간의 본능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위험을 예측하고 손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해온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아이가 마쉬멜로를 얼마나 참고 기다리느냐를 통해 미래의 성공가능성을 예측한다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하지만 이 실험도 마쉬멜로를 얼마나 참느냐가 직접적인 성공을 보여주지 못한다. 마쉬멜로를 오래 기다린 친구들은 그저 애초에 부족함이 없는 집안의 분위기 덕에 다른 아이들보다 더 오래 인내할 수 있었을 뿐이다. 차라리 태어난 집안의 경제수준이 아이의 미래 성공여부를 좌우한다고 보는게 더 맞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단편적인 두 값을 가지고 인과관계를 따지는 것은 좀 더 신중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사실확인을 하는 방법에는 통계나 수치화를 통한 결과가 가장 확실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 역시도 많은 함정이 숨어 있다. 어떤 정당이 집권을 하든, 그 정당이 옳은 방향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이는 데이터나 그래프일지라도 살짝만 관점을 바꾸고 보여주고 싶은 결과만을 보여주면 충분히 우리를 속이는 방법이 많이 있다. 시각적으로 보는 것이 백번 듣는 것보다 낫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원 그래프에서 숫자로 나온 비율보다 넓이를 과장해서 그린다던지, 히스토그램에서 시작점이 0부터 시작하지 않는 값을 물결표시 없이 그림으로써 차이가 더 극단적으로 보이게 하는 등 여러 기묘한 수법이 있다. 아무리 통계적으로 조사한 자료가 정확할지라도 이러한 시각화 사기(?)를 통해 과장해서 보여준다면 누구나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다. 뉴스에서 참고자료로 잠깐 나타나는 이러한 그래프를 누가 이렇게 철저히 확인하며 보겠는가? 당신이 언론의 속임수에 넘어가고 싶지 않다면 번거롭지만 이러한 부분들을 확인한다면 좀 더 현명하게 진실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 제목처럼 이렇게 훌륭한 '헛소리 까발리기' 기술을 익혔고, 세상에 숨어있는 헛소리를 밝혀낼 수 있으니 남들과 얘기할 때 틀렸다고 보이는 부분을 신랄하게 고쳐준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 말고도 다른 좋은 양서들을 통해 남들이 모르는 부분을 내가 안다고 해서 그것을 너무 적나라하게 고쳐주는 것도 과연 항상 옳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에는 틀렸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마시멜로우 실험의 경우도 누군가가 사실검증을 하기 전까지는 그저 어릴 때의 참을성이 미래의 성공 가능성을 보장하는 척도로 많은 책에서 소개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우리가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부분도 정확한 검증을 한다면 보는 관점에 따라, 그리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복잡한 요인이 숨어있을 수도 있는 것이므로 정말로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무턱대고 주장했다가 틀리게 된다면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봉변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거짓 정보를 잘 가려낼 수 있는 혜안을 기르는 것 뿐이라 본다. 거짓된 방향은 달콤하고 쉽지만, 우리가 정말로 추구하고 원하는 진실은 언제나 쉽지 않고 고된 길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