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이라는 나라를 부를 때 흔히 사용하는 별명이 있다. "천조국"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마어마한 경제력과 함께 국방비에 무려 천조 가까이 쏟아 붓는 나라라고 알려져 있다. 나라 역사를 살펴봐도 비교적 짧은 시간에 기막힌 우연의 연속으로 국경을 넓히고 부를 쌓아 올렸다는 점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전례가 없다. 애초에 나라라는 개념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고 원주민들이 살고 있던 영토를 빼앗아가며 국경을 넓힌 사례 자체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경우였고, 이를 토대로 한 정신이 지금의 미국에도 나타나는 것이다. 미국이 영토를 넓혀 가며 영토를 너머서 추상적인 개념에서까지(문화, 이념, 정치 등등) 자유 자재로 넘나드는 행태를 보며 어찌 보면 굉장히 야만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을 보는 듯 하다. 이러한 것들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정신을 볼 수 있기에 이를 이해한다면 지금의 우리의 인식 속에 있는 미국을 좀 더 폭 넓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2. 미국이라는 영토에서 전쟁이란 단순히 새로운 영토를 얻기 위함을 넘어섰다. 산업혁명으로 나날이 높아지는 집값과 물가를 이기지 못한 서민들은 서쪽으로 넘어서 기회를 찾으려 아메리카 원주민을 죽이고 몰아내며 나아갔다. 기회를 얻기 위함이라는 명목 하에 전쟁을 일으켰고, 이는 자유라는 권리로 포장되어 이들을 정당화시켰다.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국경을 넘나드는, 또는 다른 인종을 몰아내는 식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아마도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국경선을 변경하며 넘나드는 프런티어(Frontier) 정신이 이러한 데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싶다.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자처하며 전쟁에 참여하는 데에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뒷받침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3. Frontier 정신은 국경선을 넓히는 과정으로 시작했지만 더 나아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흑인 노예제도 폐지로 인해 타격을 입게 된 남부 주들은 이 시기에 필리핀, 괌, 쿠바 등의 영토를 뺏기 위해 나아가던 시기였고, 이를 기회로 쿠바를 자신들의 노동력에 도움이 되게 하길 원했다. 역사라는 흐름을 놓고 본다면 저 사람들이 저 당시에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를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는데(설령 그것이 도덕적이지 않아 보인다 할지라도), 그 당시 분위기와 흐름 등을 고려한다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 본다. 그 유명한 백인들로 구성된 인종차별주의단체인 KKK도 영토를 넓혀가는 과정 중에 백인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한 명분으로 생겨난 단체라 볼 수 있다. 이는 점점 넓어져 감에 따라 급기야는 자신들의 국가 건국이념을 역행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기까지 이른다.
4. 계속해서 밀려들어오는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은 현재까지 미국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이다. 자국민보다 값싼 몸값으로 미국에 들어와 노동력을 제공하다 보니, 미국 입장에서는 가만히 방관하고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진 계기도 좀 더 나은 삶과 기회를 위해 유럽에서 넘어온 사람들이었고, 프런티어 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원주민을 내쫓고 학살하면서 영토를 넓혀 왔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그 외 미국의 대통령들도 계속해서 프런티어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그들도 미국의 건국 정신이 어디에서부터 나왔는지를 잘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부터 오래동안 정착해 왔던 미국 백인들의 그러한 불안을 대표해 도널드 트럼프라는 강경주의를 내세우는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이 옳고 그러다는 판단을 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인의 프론티어 정신으로 행해왔던 것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한계와 대립에 부딪히는 시점인 듯 싶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출발선이 어떤 정신을 가지고 시작되었는지를 알고 나면 이러한 현상에 대해 폭 넓게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